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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거짓판례' 내놓은 챗GPT…
AI 법률 서비스 등장, 한국도 남 일 아니다

미국서 '사고' 발생 "AI는 100% 신뢰하면 안 돼, 협력 수준으로 제한해야"

[비즈한국] 챗GPT가 법조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챗GPT에 법률 상담 및 법안 검색 질문을 넣어봤다.

법조계에서 AI 활용이 본격화된 미국에서는 고민해볼 만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에서 AI 활용이 본격화된 미국에서는 고민해볼 만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외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통화기록·문자나 이메일·공공장소 애정 표현과 같은 사회적 증거·소셜미디어 등 사적 기록 증거 확보를 검토해야 한다.” 챗GPT에 ‘배우자가 외도를 해서 이혼하고 싶다, 어떤 증거를 마련해야 하냐’고 물으면 나오는 답이다. 법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로 답을 했지만, 1차적인 대응 방법으로 삼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회삿돈을 1억 원 정도 횡령해서 처벌 받을 것 같다, 초범인데 어느 정도 처벌을 받을 것 같냐’고 양형을 물어보자 챗GPT는 원하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초범인 경우 경찰 조사 및 재판 절차에서 유리할 수는 있다”면서도 “(양형을 예측하는 것은)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고 답했다.

법안 속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형사소송법에서 구금에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하자 구금 관련 영장·사유·기간·심사·조건·중지와 변경 등에 대해 정리한 답변을 내놓았다. 다만 구금을 기소 전 구속영장으로만 한정해 설명한 듯한 부분도 있어, 다양한 케이스에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있어 보였다.

배우자의 외도와 형사소송법의 구금에 대한 내용을 챗GPT에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나왔다.
배우자의 외도와 형사소송법의 구금에 대한 내용을 챗GPT에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나왔다.

AI 관련 기술 본격 시작

아예 한국 법조시장을 노린 AI 기술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리걸테크기업 로앤굿(Law&Good)은 챗GPT를 활용한 AI 법률상담 ‘로앤봇’ 서비스를 개시했다. 일단 ‘이혼’ 관련 서비스만 지원하는데 로앤굿 측은 “30여 만 건의 사건 데이터 일부를 활용해 이혼 관련 분쟁을 쟁점별로 세분화했고, 쟁점별로 데이터를 학습시켜 답변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법률 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변환한 것도 특징인데, 로앤굿 측은 “챗GPT·Bard와는 달리 국내법을 기반으로 해 국내 사용자들이 원활히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접근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일반 고객을 염두에 둔 서비스지만, 업계에서는 국내법을 기반으로 한 AI가 법률시장을 본격적으로 흔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챗GPT로 ‘내용 정리’만 받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상황에서 더 상세하게 국내법을 다루는 AI 서비스가 등장할 경우 법조인들이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0여 명 규모의 소형 로펌을 운영 중인 대표 변호사는 “판례에서 ‘횡령 1억 원’ 케이스들 추려서 정리해줘라고 입력해서 데이터를 1분 안팎으로 받아낼 수 있다면 웬만한 변호사가 2~3시간 넘게 해야 할 일을 AI가 해주는 셈”이라며 “알게 모르게 AI를 활용한 서면들도 이미 활용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고 발생 확률 100%” 책임은 누가 지나

AI 활용이 본격화된 미국에서는 고민해볼 만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의 한 법무법인(로펌)에 근무하는 경력 30년의 변호사가 “항공사 잘못으로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의뢰인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과거 유사한 사건과 그에 대한 법원 판례 등을 정리한 서면을 제출했는데 이 중에 6건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 사건과 판례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챗GPT를 활용했는데, 챗GPT가 없던 사실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낸 것이다.

담당 판사는 변호사를 직접 법정으로 불러 자초지종을 따지는 심문을 한 뒤 징계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사건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남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판사는 “AI를 활용한 서면에 오류가 발생하는 일은 100% 발생할 텐데 한국에서도 AI를 토대로 작성된 변호사의 서면이나 판사의 판결문이 잘못됐을 때, 이에 대해 법조인 윤리를 위반했다고 볼 것인지,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 같다”며 “AI로 인한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법조인들이 머리를 모아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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